밀크쉐이크와 인생
일을 하다보면 가끔 당이 땡길 때가 있다. 보통은 그냥 무시하고 일을 하지만 열번 중 한번 꼴로는 못 참고 젤라또나 밀크쉐이크를 사먹는다. 바로 오늘이 그런 날이다.
딱히 일이 힘들어서나 마땅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갑자기 먹고 싶어진다. 마치 적립 포인트가 쌓이듯 먹고 싶어 포인트가 가득 쌓여 사먹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은 밀크쉐이크로 목표를 정하고 가게로 향했다. 사러가는 길엔 발걸음이 너무도 가벼워진다. 그래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히 걸어가야한다.
'Gelato & tea' 간판을 보면 설렘과 추억이 머리속에 공존한다. 뉴질랜드에 와서 처음으로 혼자 카드 계산을 했던 곳이 여기이기 때문이다. 그 때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계속 계산 오류를 냈던 바람에 애먹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뉴질랜드 일기에도 이 내용이 있을 거다. 그 때 당황해하며 힘겹게 주문했던 추억이 있어 더 애정이 간다. 가벼운 안부인사와 내가 원하는 밀크쉐이크를 주문하고 받아서 한모금 마실 때에는 그 어느 때보다 짜릿하고 달콤하다. 아주 행복하다.
밀크쉐이크는 첫 한입과 마지막 한 모금이 가장 맛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첫 한입이 더 맛있는 것 같다. 그러나 소중한 건 마지막 한 모금이 더 소중하다. 첫 입은 누구에게 양보한 후 다시 내게 돌아와 쳐음처럼 마실 수 있기에 괜찮지만, 마지막 한 입은 다 줘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양보하기가 싫다. 누군가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만 난 그렇다.
일년 조금 넘게 뉴질랜드 일기를 써왔다. 며칠 못 쓰고 밀리면 한꺼번에 쓸 정도로 나름 최선을 다해서 기록해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하고 싶어서 하는 기록이 아닌 해야해서 하는 강제성의 기록이 되어있었다. 억지로 글을 쓰다보니 재미도 없고 남는 것도 없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뉴질랜드에서 하는 모든 게 재밌고 신기했기에 신나서 시작했던 일기였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흐릿하게 끝이 났었다. 하지만 이런 끝맺음은 더이상 원하지 않는다. 항상 이런 흐지부지 엔딩으로 얻은 후련함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찝찝함과 후회로 남았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했을 때만큼의 즐거움음 아니겠지만 꾸준히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일년 또는 큰 이벤트를 기준으로 마무리를 짓고 싶다. 난 시작과 끝을 모두 즐기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