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찹찹 2024. 9. 3. 18:40
The pizza is made by Ariel

 
 아리엘 집에 다녀왔다. 마침 피자가 굽고 싶던 아리엘과 피자가 먹고 싶던 루시 덕분에 피자모임이 결성됐다. 오랜만에 갓구운 맛있는 피자를 먹었더니 속이 따뜻해졌다. 한국에 든든한 국밥이 있다면 아리엘에겐 뜨끈한 피자가 있지! 정신없이 먹다가 배가 터질 뻔했다. 입 천장이 데인 건 너무 당연한 결과였다. 배가 차니 입이 가벼워져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한참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뜩 '이렇게 맛있는 피자를 무료로 먹는 건 양심이 터지는 행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다닥 달려가서 소매넣기를 시도했지만 처참히 실패했다. 못해도 재료값이라도 주고 싶었지만 완강하게 거절당했다. 아니 어째서지?! 그의 피자는 현재 돈 주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숙성된 반죽을 쳐대어 재료를 위에 올리고, 달궈진 피자전용 오븐에 넣어 타지 않게 돌려가면서 구우면 노릇한 피자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아리엘은 항상 행복한 표정을 띄고 있었다. 몇 년 전 필리핀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했던 이유가 돈 때문이 아니었다는 건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는 피자를 사랑한다. 피자 가게에 지원한 면접자들에게도 딱 한가지 질문만 했다고 한다. '피자를 좋아하나요?' 이 질문이 그의 피자 사랑에 마침표를 찍어줬다. 한가지 재밌는 건 그 중 안 좋아한다고 답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토록 자신이 좋아하는 피자를 더 이상 팔지 않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 사람들은 대부분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직업으로 삼는다.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하다보면 잘하는 일이 되어 행복하게 돈을 벌 수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잘하는 일로는 돈을 벌고 하고 싶은 일은 그저 취미로 하는 게 나을까?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무엇을 선택하던 돈버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해버리는 순간 의미가 변질된다는 것이다. 그 일을 사랑해서 하는데 돈이 벌리는 것과 돈을 벌려고 그 일을 사랑하려는 건 보기엔 조삼모사 같지만 매우 다른 의미다. 아마 아리엘은 그 사실을 깨닫고선 이곳으로 넘어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지키고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가슴 설렜던 순간이 마지막으로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성인이 된 이후 돈 보다 중요하게 생각해 마음 다하여 힘썼던 적이 거의 없던 것 같다. 항상 돈 버는 걸 우선시 하며 그 틀에 내 몸을 우겨 넣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지내다 보니 방향성을 잃어버린채 제자리만 뺑뻉 돌고있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벗어나와 주위를 돌아볼까 한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찾아 한번 꾸준히 걷고 싶다. 피자가 지닌 뜨거움은 입천장 뿐만 아니라 내 열정까지 덮혀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