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와 인생
요즘 집에서 밥 해 먹기가 너무 귀찮다. 직장에서도 매일 점심에 뭐 먹을지 고민하다가 겨우 정해서 먹는데, 퇴근하고 집에 와서까지 고민을 하니 꽤나 피곤하다.
가끔은 정말 SF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한 끼 캡슐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냥 입에 넣고 물이랑 같이 삼키면 배부르고 영양소도 골고루 섭취하는 거다. 시간도 절약되고 건강에도 좋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가! 심지어 설거지도 안 나온다.
이건 중요한 내용이니 한번 더 언급해야겠다. 심지어 설거지도 안 나온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지금 당장 도움이 되진 않는다. 그저 혼자 실실거리며 웃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하다는 핀잔만 들을 뿐이다. 슬프지만 어떡하겠는가 먹고는 살아야지. 그래서 정한 메뉴가 바로 파스타다.
보통 파스타는 면 삶는 냄비 하나, 면과 재료를 넣어 볶을 후라이팬 하나 이렇게 총두 개의 설거지 거리가 나온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설거지 싫어 인간 아닌가? 저런 부피 큰 더러운 설거지가 나오는 걸 도저히 참을 수 없기에 후라이팬 하나로 파스타를 만든다.
팬 하나에 타이밍 맞게 여러 재료들을 순서대로 넣으면 저렇게 맛깔스러운 이름 없는 파스타가 만들어진다. 이름이야 내가 정해주면 되지, 오늘부터 너는 새우 계란 치즈 파스타다. 마치 크림 까르보나라를 먹는 것처럼 부드럽고 짭조름하며 고소했다. 막상 만들어 먹으니 뿌듯하고 입안이 즐거웠다. 지금 내 앞에 건강 한 끼 캡슐이랑 이 파스타가 있다면 난 이 파스타를 먹을 거다.
살다 보면 귀찮은 일이 너무 많다. 당장 퇴근하고 집에 오면 옷 갈아입는 것도 씻는 것도 컵에 물을 따라 마시는 것도 귀찮고 하기 싫다. 사실 지금 앉아서 글 쓰는 것도 귀찮다. 그냥 유튜브 보면서 자고 싶다.
그러면서 동시에 드는 생각이 ‘누가 대신 집안일을 해줬으면 좋겠다’, ‘자동으로 씻겨주는 기계는 왜 없을까?’와 같은 생각들이다. 하지만 모두들 알다시피 세상에 그런건 없다. 있다 할지라도 결국 직접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걸 알기에 오늘도 난 귀찮다고 생각이 드는 일을 한다. 귀찮은 일이라는 건 해야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또 막상 하고나면 굉장히 뿌듯하고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내가 만든 새우 계란 치즈 파스타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