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찹찹 2024. 9. 21. 23:43


친구들이 부모가 된지 한 달이 지났다. 그 작고 작던 애기가 꽤나 자랐다. 이 애기도 언젠간 성인이 될거란 생각을 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울적해졌다.
그 때면 난 거의 부모님 나이뻘이 된다. 분면 지금이랑은 많은 게 변했을 거다. 십년 전 오늘의 내 모습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 땐 십년 후를 그저 먼 미래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오늘날이 되어보니 십년 전 그 때 그 순간들은 얼마전에 있었던 일들처럼 익숙하게 느껴진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이런 거구나. 흐를 땐 몰랐다가 흐르고 나야지만 깨닫는 거구나.

아직까진 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 그러나 시간은 조용히 다가와선 어린 친구들을 내 주변에 채워 줄 것이다.
울면서 아둥바둥 거리던 갓난 아이들이 오늘의 내가 되는 거다. 초등학교에서 뛰어놀던 아이가 한 사업체를 이끄는 사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세대가 나타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난 어떤 모습일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십년 전 오늘을 예상치 못했던 내가 십년 후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막연한 미래는 불안하고 우울해진다. 그래서 로지를 봤을 때 울적했다 보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는 게 처음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젠 괜찮다. 어차피 지금 무엇을 생각해도 깨닫는 건 시간이 흘러야만 할 수 있으니깐. 지금의 내가 아니라 미래의 내가 해야하는 일이다.
그러니 지금은 그저 십년 후의 내가 즐거웠던 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후회없이 사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제와 같은 몇 십년 전의 일들을 생각하며 미소를 띌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