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의 스콘
커피의 향긋함이 은은하게 콧속을 방문한다. 평소라면 식도로 냅다 들이부었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주말이니까.
사람들이 선호하는 창가 쪽 자리가 많이 남아있지만 굳이 구석진 자리를 선점했다. 각자의 취향이 다른 거 아니겠는가? 밝은 햇살도 지나다니는 행인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것도 사양이다.
자리에 앉아 조용히 기지개를 켠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천천히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주위를 쓱 둘러본다. 이제부터 난 관찰자가 된다.
몇몇 사람들은 목을 거북이처럼 쭉 늘어놓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보고 있다. 심지어 카페 직원 중 한 명도 거북이 모드다. 눈치를 보며 스마트폰을 호다닥 주머니에 넣다 뺐다를 반복한다. 재빠른 거북이다. 저러다 매니저에게 걸리는 순간 하루가 고단해질 게 분명하다.
창가 쪽엔 커플이 서로 붙어 앉아 케이크와 음료를 나눠먹고 있다. 멀어서 잘 안 보이지만 딸기가 올라간 케이크 같다. 열심히 꾸민 듯 보이는 옷차림과 머리스타일로 미루어보아 얼마 안 된 풋풋한 커플 같다. 보기 좋다.
한 모금 마신 커피잔을 내려놓곤 이번엔 혼자온 남자를 관찰한다. 음료 한 잔과 토스트 같은 걸 먹고 있다. 우유 거품 같은 게 보이는 걸 보니 라떼종류를 마시는 것 같다. 토스트는 쭈욱 늘어나는 게 치즈가 올라가 있나 보다. 느끼해 보인다.
치즈범벅 빵조각이 부담스러워 슬그머니 눈동자를 옆으로 돌리자 스콘이 보였다. 테이블 접시 위에 놓인 스콘 하나. 주인은 어디 갔는지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방금 구운 스콘일까? 따끈한 스콘을 한 입 베어 물면 참 좋을 것 같다. 안에는 뭐가 들었을까? 개인적으로 플레인 스콘을 버터에 살짝 발라 먹는 걸 선호한다.
‘꼬르륵’
커피만 마시기엔 배가 너무 쓸쓸한가 보다. 이제부터 고민이다. 한 모금밖에 안 마신 커피를 마저 마시고 자리를 뜰까 아니면 간단히 먹을 걸 하나 사 올까. 저기 저 외로운 스콘이 내 위장이랑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고민을 하는 사이 누군가 내 몰입을 깨트렸다.
“...?”
젠장 망했다. 어느샌가 스콘 주인이 자리에 와서 앉아있었다. 그리고 눈을 마주쳐버렸다. 방금 부로 남의 스콘이나 훔쳐보는 변태가 됐다. 당황하지 말자. 침착하게 우선 커피를 마시자.
“흡 픗 푸후흡”
뜨겁다. 그래 아직 안 식었지. 많이는 아니지만 커피를 흘렸다. 몇십 방울정도 흘린 것 같은데 다행히 옷이나 바닥엔 안 떨어졌다. 가지고 있는 냅킨으로 급하게 입이랑 테이블을 문 데려는 순간
“헉 괜찮으세요?”
“느에...? 에 괜찮아요”
멍청한 대답을 들은 스콘 주인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손에 냅킨 몇 장을 든 채 조금씩 가까워진다. 정말 괜찮으니 혼자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 투명인간 취급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여기 냅킨이요. 안 다치셨어요?”
“네...그 뜨거운 걸 좋아해서 괜찮습니다.”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들은 스콘 주인은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주변 시선에 얼굴이 점점 무거워져 커피만 보게 된다. 새카만 커피가 참 못생겼음을 새삼 깨닫는다. 아니면 커피에 비친 내 얼굴 때문인가?
“스콘이에요.”
유치원생이 질문했을 때 대답해 주는 선생님처럼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짧은 말 한마디에서 따뜻함이 묻어 나왔다.
“음...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서요. 커피랑도 잘 어울릴 거예요!”
웃음을 머금은 그녀는 가볍게 눈인사를 하곤 자리로 돌아갔다. 아 스콘이라고 하는구나. 정말 알고 싶었던 사실이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절반 남을 커피를 천천히 마셨다. 미지근하고 쓰다.
남은 하루라도 지키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스콘을 한 입 크기로 자른 후 버터와 딸기쨈을 발라 홍차와 함께 먹고 있다. 앞에는 책과 작은 수첩이 놓여 있었다. 조용히 나가려는데 눈이 마주쳐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녀는 아까와는 다른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문을 열고 나가면서 생각했다. 그녀의 웃음에 장난기가 묻어있는 건 기분 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