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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의 스콘 커피의 향긋함이 은은하게 콧속을 방문한다. 평소라면 식도로 냅다 들이부었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주말이니까. 사람들이 선호하는 창가 쪽 자리가 많이 남아있지만 굳이 구석진 자리를 선점했다. 각자의 취향이 다른 거 아니겠는가? 밝은 햇살도 지나다니는 행인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것도 사양이다. 자리에 앉아 조용히 기지개를 켠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천천히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주위를 쓱 둘러본다. 이제부터 난 관찰자가 된다. 몇몇 사람들은 목을 거북이처럼 쭉 늘어놓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보고 있다. 심지어 카페 직원 중 한 명도 거북이 모드다. 눈치를 보며 스마트폰을 호다닥 주머니에 넣다 뺐다를 반복한다. 재빠른 거북이다. 저러다 매니저에게 걸리는 순간 하루가 고단해질 게 분명하다. 창가.. 2024. 10. 16.
갓난아이와 인생 친구들이 부모가 된지 한 달이 지났다. 그 작고 작던 애기가 꽤나 자랐다. 이 애기도 언젠간 성인이 될거란 생각을 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울적해졌다. 그 때면 난 거의 부모님 나이뻘이 된다. 분면 지금이랑은 많은 게 변했을 거다. 십년 전 오늘의 내 모습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 땐 십년 후를 그저 먼 미래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오늘날이 되어보니 십년 전 그 때 그 순간들은 얼마전에 있었던 일들처럼 익숙하게 느껴진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이런 거구나. 흐를 땐 몰랐다가 흐르고 나야지만 깨닫는 거구나. 아직까진 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 그러나 시간은 조용히 다가와선 어린 친구들을 내 주변에 채워 줄 것이다. 울면서 아둥바둥 거리던 갓난 아이들이 오늘의 내가 되.. 2024. 9. 21.
기계식 키보드 지금까지 스마트폰으로 직접 타이핑하거나, 납작한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로 블로그 글을 썼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글을 쓰는 게 너무 불편했다. 오타율도 너무 높고 쓰다 보면 금방 피로해졌다. 반복되는 불편함 속에 나는 점차 글에 대한 흥미가 사그라들고 있었다. 마치 더운 여름 길바닥에 방치되어 노랗게 쪼그라드는 시금치처럼 말이다. 이대로면 다시 글을 안 쓰게 될 것 같아서 특단의 조치로 기계식 키보드를 구매했다. 경쾌한 타자 소리와 손에 착 감기는 타건감은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게끔 만들어준다. 사실 예전부터 기계식 키보드를 갖고 싶었다. 올바른 소비 생활을 위해 참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던 중 굉장히 저렴한 입문용 키보드를 발견했다. 나쁘지 않은 리뷰들을 보고 곧바로 구매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어.. 2024. 9. 20.
파스타와 인생 요즘 집에서 밥 해 먹기가 너무 귀찮다. 직장에서도 매일 점심에 뭐 먹을지 고민하다가 겨우 정해서 먹는데, 퇴근하고 집에 와서까지 고민을 하니 꽤나 피곤하다. 가끔은 정말 SF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한 끼 캡슐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냥 입에 넣고 물이랑 같이 삼키면 배부르고 영양소도 골고루 섭취하는 거다. 시간도 절약되고 건강에도 좋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가! 심지어 설거지도 안 나온다. 이건 중요한 내용이니 한번 더 언급해야겠다. 심지어 설거지도 안 나온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지금 당장 도움이 되진 않는다. 그저 혼자 실실거리며 웃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하다는 핀잔만 들을 뿐이다. 슬프지만 어떡하겠는가 먹고는 살아야지. 그래서 정한 메뉴가 바로 파스타다. 보통 파스타는 면 삶는 냄비.. 2024.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