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나다운 일기 (2024 - )5 갓난아이와 인생 친구들이 부모가 된지 한 달이 지났다. 그 작고 작던 애기가 꽤나 자랐다. 이 애기도 언젠간 성인이 될거란 생각을 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울적해졌다. 그 때면 난 거의 부모님 나이뻘이 된다. 분면 지금이랑은 많은 게 변했을 거다. 십년 전 오늘의 내 모습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 땐 십년 후를 그저 먼 미래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오늘날이 되어보니 십년 전 그 때 그 순간들은 얼마전에 있었던 일들처럼 익숙하게 느껴진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이런 거구나. 흐를 땐 몰랐다가 흐르고 나야지만 깨닫는 거구나. 아직까진 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 그러나 시간은 조용히 다가와선 어린 친구들을 내 주변에 채워 줄 것이다. 울면서 아둥바둥 거리던 갓난 아이들이 오늘의 내가 되.. 2024. 9. 21. 기계식 키보드 지금까지 스마트폰으로 직접 타이핑하거나, 납작한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로 블로그 글을 썼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글을 쓰는 게 너무 불편했다. 오타율도 너무 높고 쓰다 보면 금방 피로해졌다. 반복되는 불편함 속에 나는 점차 글에 대한 흥미가 사그라들고 있었다. 마치 더운 여름 길바닥에 방치되어 노랗게 쪼그라드는 시금치처럼 말이다. 이대로면 다시 글을 안 쓰게 될 것 같아서 특단의 조치로 기계식 키보드를 구매했다. 경쾌한 타자 소리와 손에 착 감기는 타건감은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게끔 만들어준다. 사실 예전부터 기계식 키보드를 갖고 싶었다. 올바른 소비 생활을 위해 참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던 중 굉장히 저렴한 입문용 키보드를 발견했다. 나쁘지 않은 리뷰들을 보고 곧바로 구매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어.. 2024. 9. 20. 파스타와 인생 요즘 집에서 밥 해 먹기가 너무 귀찮다. 직장에서도 매일 점심에 뭐 먹을지 고민하다가 겨우 정해서 먹는데, 퇴근하고 집에 와서까지 고민을 하니 꽤나 피곤하다. 가끔은 정말 SF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한 끼 캡슐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냥 입에 넣고 물이랑 같이 삼키면 배부르고 영양소도 골고루 섭취하는 거다. 시간도 절약되고 건강에도 좋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가! 심지어 설거지도 안 나온다. 이건 중요한 내용이니 한번 더 언급해야겠다. 심지어 설거지도 안 나온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지금 당장 도움이 되진 않는다. 그저 혼자 실실거리며 웃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하다는 핀잔만 들을 뿐이다. 슬프지만 어떡하겠는가 먹고는 살아야지. 그래서 정한 메뉴가 바로 파스타다. 보통 파스타는 면 삶는 냄비.. 2024. 9. 10. 피자와 인생 아리엘 집에 다녀왔다. 마침 피자가 굽고 싶던 아리엘과 피자가 먹고 싶던 루시 덕분에 피자모임이 결성됐다. 오랜만에 갓구운 맛있는 피자를 먹었더니 속이 따뜻해졌다. 한국에 든든한 국밥이 있다면 아리엘에겐 뜨끈한 피자가 있지! 정신없이 먹다가 배가 터질 뻔했다. 입 천장이 데인 건 너무 당연한 결과였다. 배가 차니 입이 가벼워져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한참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뜩 '이렇게 맛있는 피자를 무료로 먹는 건 양심이 터지는 행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다닥 달려가서 소매넣기를 시도했지만 처참히 실패했다. 못해도 재료값이라도 주고 싶었지만 완강하게 거절당했다. 아니 어째서지?! 그의 피자는 현재 돈 주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숙성된 반죽을 쳐대어 재료를 위에 올리고, 달궈진 피자전용.. 2024. 9. 3. 이전 1 2 다음